AI가 경험까지 흉내 내는 시대, 수제 글에는 어떤 향기를 남겨야할까
요즘 Threads나 X를 보다 보면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자주 보게 된다.
AI를 이용하면 콘텐츠 제작도 자동화할 수 있고, 블로그 운영도 자동화할 수 있고, 심지어 그 시스템이 알아서 수익까지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다.
나도 자동화를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그런데 직접 해본 뒤의 느낌은 SNS에서 보던 이야기와 조금 달랐다.
자동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번 만들어 놓는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고, 자동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이 직접 하는 것에는 어떤 가치가 남게 될까.
인간이 직접 쓴 글에는 무엇이 남을까
생각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졌다.
AI는 이미 글을 꽤 잘 쓴다.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논리를 구조화하고, 내가 놓친 관점을 찾아내는 일도 잘한다.
어떤 글은 내가 처음부터 직접 쓰는 것보다 AI에게 정리해달라고 했을 때 훨씬 매끄럽게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직접 만드는 글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처음에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실패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는 그런 흔적 말이다.
아무리 AI가 글을 잘 써도 직접 살아본 사람이 가진 경험까지 대신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경험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서 생각이 한번 걸렸다.
경험이라고 해서 정말 인간만 만들 수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실제로 새벽까지 작업한 사람이 쓴 문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AI라면 이런 경험담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실패한 이야기,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까지도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
심지어 너무 완벽하면 AI처럼 보일까 봐 일부러 조금 서툴고 인간적인 문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경험이 담겨 있으니 인간의 글이다”라는 기준도 생각했던 것만큼 단단하지 않다.
글만 보고 인간과 AI를 구분할 수 있을까
결국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앞으로 AI가 인간의 문체뿐 아니라 인간의 경험처럼 보이는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결과물만 보고 인간이 쓴 글과 AI가 쓴 글을 구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굳이 구분해야 할까?
AI가 만든 글이어도 훌륭하고, 내가 그 글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얻었다면 누가 썼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로 똑같은 문장이라도 실제로 그 일을 경험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면 전혀 다른 무게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 경험이 담긴 글’이라는 사실만으로 인간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AI는 이제 정보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경험의 모양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는 문체나 완성도, 경험담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앞으로 글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이 무엇을 해왔는지까지 보게 될 수도 있다.
혹은 반대로 인간이 만들었는지 AI가 만들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AI가 인간처럼 글을 쓰는 능력을 갖게 될수록, 오히려 이 질문은 더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인간이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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