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다이트의 후예들에게

자동화 앞에서 잠시 멈춘 블로그 캐릭터
이 글의 대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

동료의 PC 화면에는 자동화 스크립트 창이 떠 있었다.

몇 줄만 더 손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동료가 갑자기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는요, 너무 많은 걸 자동화하거나 AI로 하는 거 별로예요.”

의외였다. 평소에 별말 없이 잘 받아들이던 사람이었다.

왜 그런지 물었다. 동료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중에 자리를 뺏길 수도 있잖아요.”

그 말을 듣고 손이 멈췄다.

화면 속 스크립트가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자리를 위협하는 물건처럼.

내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 손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도와주는 손이 위협이 될 때

나는 AI를 오래 봐왔다.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써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어떻게 써야 효율적인지를 계속 찾아왔다. 그래서 동료들 일을 도와줄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그 도움이 다르게 읽혔다.

동료도 어렴풋이 느낀 거였다. AI가 이제 인간보다 잘하는 게 많아졌고, 자기 일도 언젠가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그 불안이 이해가 됐다.

동시에 마음 한쪽이 씁쓸했다. 내가 도와준다고 생각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리가 좁아지는 신호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러다이트가 떠오른 이유

문득 러다이트 운동이 떠올랐다.

산업혁명기의 러다이트 운동은 새 기계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소동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영국 국립문서보관소의 1811년 기록은 섬유업 숙련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대체하고 임금을 낮추려는 기계 사용에 반발해 청원과 시위, 기계 파괴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기계화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역사가 지금의 AI도 같은 결말을 맞으리라는 보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AI가 일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기대다.

지금은 개발자는 개발만, 마케터는 마케팅만 할 수 있지만, AI가 있으면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개발자가 기획도 하고, 마케터가 코드도 짜는 시대가 온다.

사라질 자리보다 생겨날 자리

나는 새로운 걸 상상하고 원하는 일이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기를 바란다. 다만 그 바람만으로 일자리 불안을 덮을 수는 없다.

지금은 이름조차 없는 직업들, 예를 들면 “1인 AI 배우 에이전트” 같은 것들이 앞으로 생겨날지도 모른다. 아직은 내 상상일 뿐이다.

동료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불안은 진짜다.

다만 나는 사라질 자리보다 생겨날 자리를 보려고 한다. 걱정으로 손을 멈추기보다, 그 손으로 다음 자리를 먼저 찾으려 한다.

지금의 생각
러다이트들은 기계를 부쉈다. 나는 기계를 배우기로 했다.

자리를 빼앗길까 걱정하기보다, AI를 더 악착같이 쓰면서 다가올 시대에 맞는 실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믿는다.

걱정만으로는 선택지가 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AI를 써보고 배우며 달라지는 일의 방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이 일자리를 지켜준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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